보물섬 남해 속에 둥지를 튼 작은 독일, ‘남해독일마을’
보물섬 남해 속에 둥지를 튼 작은 독일, ‘남해독일마을’은 1960년ㆍ70년대(1963~1977) 머나먼 이국땅 독일 탄광과 병원으로 가서 생활하면서 조국 근대화를 이끌어 낸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고국 정착을 위해 그들이 살아온 독일을 따뜻한 대한민국의 남쪽 보물섬에서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조성한 그리움의 종착역 같은 곳이다.
독일마을 조성은 1997년 한국 최초로 사계절 푸른잔디구장을 남해군에 조성하면서 그 잔디를 수입한 독일 노드프리슬란트군과 자매결연 과정에서 도움을 준 베를린과 함부르크 교민들이 한국정부에 독일마을을 조성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당시 남해군수였던 김두관 군수는 해외에 있는 자국민을 국내로 유치하는 건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는 외교부를 설득하며 2000년, 2001년에 걸쳐 베를린, 함부르크, 본, 마인츠, 카셀 등지에서 4차례에 걸쳐 독일순회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고 50여명의 투자 의향을 받았다.
이후 독일 교민 대표들이 선택한 드넓은 물건 바다와 아름다운 물건숲이 보호해주고 있는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약 90,000㎡의 부지에 50세대 규모의 택지조성공사를 시작했고 2002년부터 택지를 분양받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은 독일에서 직접 건축자재를 가져와 전통독일양식으로 집을 짓기 시작한 게 시초가 되었다.
이렇게 조성된 이국적 풍광과 서사가 가득한 독일마을은 그 후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촬영지, 영화 ‘국제시장’,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와 배경이 되었으며, 2020년 11월 기준 44가구 77명의 주민이 거주하고있다.
남해독일마을의 태생과정과 함께 그저 ‘살아 돌아오라’는 간절한 외침을 품고 매일을 살아내야만 했던 독일 광부, 간호사의 삶과 애환, 그 속에서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던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간절함을 담아낸 공간이다.
이 파독전시관은 ‘도이처플라츠’라는 이름의 독일광장에서 독일마을 주민들이 주최가 되어 독일맥주와 독일식 수제 소시지 등을 직영 판매하는 ‘도이츠 임비스’와 수제가죽제품과 다양한 기념품을 만날 수 있는 ‘독일공방’, 독일식 레스토랑 ‘바이로이트’ 등이 있다.
고국으로 돌아와 여생을 남해독일마을에서 보내고 있는 경제 역군들의 삶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공감의 장소인 ‘파독전시관’은 대한민국의 근대화 역사가 타임 터널로 제시되고, 지하 1200m 갱도에 들어설 때마다 느꼈을 생의 절박함을 재현한 통로를 당시 이들이 남긴 눈물의 메시지와 함께 따라 걸어나오면 파독광부가 광산에서 사용했던 작업도구와 작업복과 더불어 거구의 독일인을 상대로 ‘코리아 엔젤’이라는 찬사를 들어온 파독간호사의 병원생활도 생생히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특히 10분 미만의 동영상에는 이들의 파독 배경과 지난 했던 애환의 과거, 남해독일마을에서의 새로운 인생2막 등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일마을 일대는 특색있는 가게와 카페가 즐비하다. 독일식 수제맥주 브루어리 투어가 가능한 양조장이 있으며 독일식 튀김족발인 슈바인 학센과 독일식 돈가스인 슈니첼 등 다양한 독일식 음식을 독일맥주와 함께 맛볼 수 있는 카페도 많다.
이러한 남해독일마을의 문화와 맥주, 소시지, 퍼레이드 등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독일 뮌헨의 octoberfest를 모태로 한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지난 2010년 시작해 현재까지 대표적인 맥주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또 독일마을광장 맞은편의 ‘원예예술촌’ 뿐 아니라 승용차로 5분 거리인 봉화리 1311번지에 위치한 ‘양마르뜨 언덕’은 양떼와 더불어 맑고 시원한 계곡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그밖에 남해편백휴양림, 바람흔적미술관. 나비생태공원 등 다양한 관광지와 이웃해 있다.
이 같은 풍경들을 몽땅 만나볼 수 있는 바래길7코스 화전별곡길을 걷고 싶다면 독일마을 광장을 지나 화천변을 따라 걸어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