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 보물이 빛나는 남해의 관문 단항(丹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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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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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보물이 빛나는 남해의 관문 단항(丹項)

바다 속 보물이 빛나는 남해의 관문 단항(丹項)

바다 속 보물이 빛나는 남해의 관문 단항(丹項)
창선대교관광타운 활성화는 ‘진입도로 개설’
[172호] 2009년 09월 30일 (수) 12:22:27 김광석 기자 메일 kgs@nhtimes.co.kr

   
▲ 봄철 바지락을 채취하기 위해 몸을 쉬고 있는 어선들


단항마을 현황


-세대수 : 183(농업 111, 어업 37, 상업기타 35)

-인구수 : 524(남 267, 여 257)

-총면적 : 160.6헥타르(농경지 57헥타르)

-마을임원 : 이장 김치구, 개발위원장 박유달, 새마을지도자 박미봉, 청년회장 박석진,

부녀회장 서춘자, 노인회장 박유달, 어촌계장 박경섭

-마을회관 2005년 새로 지음

-키워드 : 천연기념물 제299호 왕후박나무, 바지락, 창선삼천포대교, 창선대교횟집타운, 유람선선착장, 자동차극장, 대초도, 소초도, 장수바위, 김해김씨열녀비, 창남조선소


창선면 단항마을은 설천면 노량마을과 같이 남해의 두 관문마을이다.

지난 2003년 4월 28일 역사적인 개통식을 가진 창선ㆍ삼천포대교 준공으로 단항마을은 남해의 동쪽 관문마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하나 더 얻었다.

   
▲ 바다 속의 보물이 빛나는 단항마을이라는 글귀를 새긴 마을회관


다리의 개통은 마을로 보면 하나의 천지개벽이나 다름없었다.

삼천포항으로 건너가는 도선을 타기 위해 원개끝으로 불렸던 도선장에 길게 줄을 서 있었던 차량들, 도선에서 내리는 차량들은 한대씩 뒷걸음질 쳐서 올랐다가 줄줄이 방향을 180도로 돌려 뭍으로 향하던 모습들은 말 그대로 지금은 사진 속의 역사가 됐다.

그러니까 단항마을은 2000년 즉 21세기 들어 남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마을이다.

 

   
▲ 단항마을의 수호신 왕후박나무

어쩌면 읍내나 면소재지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거주인구가 늘어나는 마을일 것이다. 지난 2007년에 발간된 창선면사에는 2006년 말 단항마을의 세대수를 171가구, 인구를 451명(남 226, 여 225)으로 기록하고 있다.

   
▲ 왕후박나무의 잎사귀
현재 단항마을회관 마을기본현황판에 표기된 세대수는 183가구, 인구는 524명(남 267, 여 257)이다. 12세대에 73명이 더 늘어난 것인데 주로 모텔이나 식당, 펜션 등 관광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이같은 마을의 규모는 군내 자연마을로서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마을이 아닐까 짐작된다. 단항마을 김치구(48) 이장은 세손가락 안에는 들 것이라고 짐작했다. 김치구 이장은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남해군연합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며 마을에서 ‘하늘 바다 강산’이라는 펜션을 운영하면서 바지락을 캐는 어선을 운영하기도 한다.

마을에는 김치구 이장과 같이 활달한 젊은이들도 많다. 얼마전 잠수기어업이 고압분사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수산업법을 고쳐야 한다는 운동을 이끌면서 본지에 소개됐던 박경섭 어촌계장도 바로 이 마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젊은이다.

 

   
▲ 왕후박나무의 밑동
단항마을의 지형은 삼천포 쪽을 향해 불룩 튀어나와 있는 반도모양이다. 때문에 삼천포 쪽 높은 산에서 사진을 찍지 않는 한 마을전경을 한 프레임에 담아내기 힘들다.

 

 동쪽 냉천마을 경계에서부터 서쪽 대벽마을 경계에까지 길게 이어지는 도로의 길이를 차량의 이동거리 미터기로 재어보니 3킬로미터나 됐다. 마을은 이 도로를 따라 길게 형성돼 있다. 기초단위인 반도 9개반이나 되고 마을방송을 위한 스피커가 설치된 곳만도 여섯곳이나 된다.

단항마을을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천연기념물 제299호인 왕후박나무이다. 상록수인 왕후박나무는 사시사철 푸른빛으로 그 웅장한 위용을 잃지 않고 남해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드는 명물 중에 명물이자 랜드마크이다.

 

   

11미터나 되는 밑동의 둘레에서 11개나 되는 가지가 솟아나와 멀리서보아도 정말 웅장하게 느껴지는 위용을 나타내는 것이다. 전설도 재미있다. 약 500년전 이 마을에 사는 부부가 어느 날 큰 물고기를 잡았는데 배속에서 이상한 씨앗이 나와 뜰 앞에 심었는데 이렇게 큰 나무가 됐다고 하며,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치고 나서 이 나무 밑에 와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단항마을 앞쪽에는 주민들이 쇠풀 섬이라고 부르는 두개의 섬 대초도와 소초도가 정말 단아한 모습으로 거리를 두고 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는데 이 부근에서 조개무지가 발견됐을 정도로 창선섬의 연원은 깊다.

바지락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강진만과 사천만이 만나는 천혜의 조건을 가진 마을공동지선에서 자라는 자연산 바지락은 마을주민들의 가장 큰 소득원이다.

 

   
▲ 바지락을 까는 주민들

본격적인 채취기인 3월에서 5월 사이에 마을에 있는 모든 어선들이 동원돼 바지락을 캔다. 이렇게 캔 바지락은 아낙들의 손에 의해 까져서 깨끗하게 포장된 뒤 거의 전량 일본으로, 스페인으로, 동남아로 수출된다.

바지락 하나만으로 단항마을은 지난 2000년 제5회 경남도농수산물수출탑 시상식에서 일백만불수출탑을 수상하는 실적을 올렸다. 2005년에는 처음으로 바지락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단항마을 아낙들은 거의 일년내내 바지락을 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명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바지락을 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5킬로그램 한묶음을 까면 8천원을 받을 수 있는데 능숙한 사람들은 하루에 네다섯 묶음은 거뜬히 해낸다고 한다.

이처럼 바지락이 일년내내 소득을 안겨주니 마을은 자연히 넉넉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 김치구 이장이 운영하는 파란하늘 푸른바다 푸른강산이라는 상호의 펜션에 앉아 그와 이야기하고 있는 필자

2005년 마을회관을 신축하면서 마을을 소개하는 자구를 ‘바다 속 보물이 빛나는 단항마을’이라고 정하고 이를 돌에 새겨 회관 정면에 크게 붙여놓았는데 바다 속 보물이 바로 바지락인 것이다. 주민들이 얼마나 바지락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단항마을 주민들이 전체 남해군민들로부터 칭송받을 일도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창선면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전통 상여놀이를 단항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보존회를 만들어 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창선상여놀이를 계승해오고 있는 단항마을. 김치구 이장이 나무상여를 보여주고 있다.

남해창선상여놀이보존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도 바로 둘도 없는 마을의 일꾼 김치구 이장이다. 이들은 지난 2006년 제33회, 2007년 제34회 경남도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해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손태도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과 정의연 남해역사연구소장의 공저로 발간한 ‘남해상여와 상여소리’라는 제목의 자료집은 남해의 상여문화를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교과서가 되고 있다.

단항마을에서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창선대교아래 자동차극장도 들어서 있는 횟집타운에 관한 이야기다.

 

   
▲ 단항관광타운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접속도로는 이곳으로 나게 계획돼 있다.

창선ㆍ삼천포대교가 개통되면서 이곳 주민들은 삼천포항어시장에 버금갈 정도의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부푼 꿈을 가졌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러한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봄에 반짝 꽃놀이단체관광객이 몰려올 때를 제외하고는 횟집타운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창선대교에서 횟집타운으로 쉽게 내려올 수 있는 연결도로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통이후 6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이지만 아직도 연결도로가 언제 개통될 수 있다는 기약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김두관 전 군수는 다음번 선거에서 창선면민들로부터 호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주민들도 이제는 지쳤는지 미관을 위해 매년 파종해오던 유채꽃도 올해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의욕을 상실해가는 악순환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년 봄 사천 쪽은 노란 유채꽃이 만발할 때 남해 쪽은 잡초로 우거진 모습이 연출되지나 않을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마을청년회원들이 공동출자해 유치한 유람선이나 남해군이 유치한 연륙교자동차극장, 수협회센터, 단항회센터를 비롯한 횟집들도 여기 이 관광타운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량과 단항 두곳 남해의 관문을 살려야 전체 남해관광산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점에 서면 남해군이 다시 한번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유람에 나섰던 무궁화호가 단항유람선선착장에 입항하고 있다.

 

 

 

송산농원 대표 조경춘ㆍ강윤순 부부

삶의 여유 찾아 남해까지

 

단항과 대벽 사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그곳에 꽃과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조경춘(63)ㆍ강윤순(61) 부부다.

이들은 4년 전에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으로와 농원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예전부터 전원생활을 꿈꿔왔던 부부는 11년 전에 총 2300여제곱미터 규모의 이곳 농원 부지를 구입했다. 하지만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2006년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부부의 생활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마늘·고추농사를 지은 첫해에 태풍이 와 망치고 설상가상으로 농원부지는 수자원보호구역과 경관조례로 묶여 집을 지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때 지은 비닐하우스를 집삼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후 하루에 한그루씩 나무를 심어보자고 생각한 것이 지금의 농원으로 발전했다.

농원은 부부가 하루를 보내는 생활터전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됐다. 그러나 농원이 큰 소득을 주는 것은 아니다. 건너편에 있는 1650여제곱미터 규모의 고사리 밭이 주된 소득원이다.

고사리는 모두 조합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판로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비료도 조합에서 지원받아 편리하다고 했다.

   
특히 올해는 값이 좋아 2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 농원을 꾸몄을 때 구경만 하고 가기 미안한 사람들이 커피를 팔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한잔에 천원씩 받고 커피를 팔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농원 안의 식물들은 그 수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2월에 꽃을 피우는 복수초를 시작으로 12월까지 거의 일년 내내 꽃들이 만발해 아름다운 경관을 이뤄낸다.

많은 식물 중에서도 부부는 야생화를 좋아하며 그 중 용담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부부는 앞으로 뱀오이 같은 덩굴식물류를 키워보고 싶은데 그 씨앗을 어디서 구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재미 삼아 하나씩 만들고 있다는 석부작은 그 솜씨가 뛰어나 농원경관을 한층 아름답게 했다.


농원 입구와 마주보는 곳에는 손수 하나하나 돌을 쌓아 만든 탑과 태양열을 이용해 빛을 밝히는 몇개의 조명등이 있었는데 작은 조형물 하나에도 자연을 사랑하는 부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부부는 조명등의 빛이 매우 밝으니 멧돼지나 산짐승을 쫓아낼 때 쓰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농원 입구가 개방돼 사람들이 드나들기 쉬운 만큼 혹시나 식물을 몰래 가져가는 사람은 없는지 물으니 아직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요즘, 부부에게 이곳 남해는 남은 삶의 터전이자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이런 부부의 삶을 부러워해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오겠다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고 한다. 이들 부부처럼 남해를 찾는 발길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취재를 하는 내내 부부의 얼굴에서는 지난 세월의 고단함 보다는 생활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고 나도 잠시 동안이나마 복잡한 일상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멈춘 곳- 그곳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 남해이다.


김희정 기자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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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3 10:4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