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 메 기

농사짓는 농군들아 / 비 안온다 한탄마라
저 건너 갈미봉에 / 비가 절쑥 묻어온다
우장을 허리다 돌려 / 논에 지심을 메레가자
서마지기 논빼미가 / 반달만큼 만았네
네가 무슨 반달이냐 / 초생달이 반달이로다
이 논빼미 어서메고 / 장수배미로 건너가세
비가 절쑥 묻어온다 / 우장을 허리에 메고
앞산은 점점 멀어지고 / 뒷산은 점점 까가워 온다
먼데 사람 듣기도 좋고 / 가까운 사람 보기도 좋게
어떤 사랑느 팔자가 좋아서 / 부귀영화로 잘 사는데
우리같은 인생들은 / 무슨 팔자 이러는가
백설 같은 흰 나비는 / 부모님 천상을 입었는가
장다리 밭으로 날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