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민담

난음 정자나무

작성일
2010-07-06
이름
관리자
조회 :
793
고려 말, 이성계는 크나큰 꿈을 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름난 산에서 산제를 지내면서
100일기도를 하여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어 마지막
으로 신령스러운 산으로 이름난 남해 금산에 와서 백일 산제를 지내고 있었다.
이성계가 산제를 지내고 있던 98일째 되던 날 난음에 있는 군자정(정자나무) 아래에는 한
젊은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멀리에서 온 한 행신이 정자나무 목신에게“여보게 친구, 금산
에서 이씨라는 성을 가진 자가 백일 산제를 지낸다는데 가보지 않겠나?” 하고 말하니 군자
정의 목신이“아! 나는 오늘 집에 손님이 들어 못 가겠네, 자네나 갔다 오게” 하고 말하였
다.
행신은 할 수 없이 혼자 이성계가 산제 지내는 곳에 가보니 차린 것은 많지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행신이 돌아와서 목신에게 오늘 운감(제사 지낼 때 신에게 잘 대해주는 것)이
좋지 않더라고 하였다.
잠결에 이 대화를 들은 젊은이는 그 길로 이성계에게 달려가서 이날 들은 얘기를 하였더니
이성계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나는 이것으로 만족 못 하겠으니 내일
또 가서 잠을 자 보게, 일이 잘 되면 자네에게 보답해 줌세”라고 하였다.
이튿날 젊은이는 군자정에서 잠을 자는 척하고 있었다. 그날도 행신이 나타나서 목신과 더
불어 산제에 나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목신은 젊은이가 와서 잠을 자고 있다는 핑계로 행신
과 같이 가지 않았다. 행신은 다시 금산에 갔다 와서“오늘 운감은 대단하더군 그려” 하고
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군자정 밑에서 잠자던 젊은이는 듣던 중 반가운 말이라 급히 이성계에게 올라가 자초지종
을 말하니 젊은이에게“후에 부를 날이 있을 테니 그때 와 주게” 하며 백일기도를 제대로 마
치고 한 나라의 왕이 될 운명까지 점지 받았다. 난음 정자나무에서 백일 산제를 성공리에 마
무리 짓도록 도와 준 젊은이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벼슬을 제수받아 이성계의 신하로
여생을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