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설화,민담

금산 상사바위

작성일
2010-07-06
이름
관리자
조회 :
1156
엄한 계급사회에서는 천민과 양반의 신분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옛날 어떤 고을에
곱게 자란 무남독녀를 가진 부자가 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하인들 중 어느 하인의
아들인 돌쇠라는 총각이 주인의 딸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었지만 사랑한다는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가까이 갈 수도 없는 천한 신분이라 마음만 태우다가 그만 속병이 나서 아
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시들시들 앓다가 죽고 말았다.
며칠 후 사랑을 이루지 못한 돌쇠의 혼이 뱀으로 변하여 밤에 주인의 딸이 자고 있는 방으
로 들어가 딸의 몸을 칭칭 감았다. 이것을 뒤늦게 안 부모는 어쩔 줄을 몰라 굿을 해 보았지
만 소용이 없고 뱀은 딸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양반은 뱀을 죽여야겠다는 생각
에 뱀을 딸의 몸에서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떨어지지 않아 몹시 걱정을 하고 있던 어
느 날 수염이 긴 노인이 부잣집에 나타나 말하였다.
“ 금산에 있는 높은 벼랑에서 굿을 해보아라.”
그 노인이 사라지자 부자양반은 노인의 말을 듣기로 하고 딸을 데리고 금산에서 제일 높은
벼랑 위로 올라가 굿을 하기 시작하였다. 굿이 한창 절정에 이르고 있을 때 딸의 몸을 칭칭
감고 있던 뱀이 서서히 풀어지면서 벼랑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그 벼랑을 상사를 풀었다 하여 상사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상사바위는 금산에서 가장 높은
벼랑으로 상사바위에서 바라보는 금산과 다도해는 일품이다. 상주 금양쪽 등산로 입구에서
금산 전체의 절경을 볼 때 가장 뚜렷하고 큰 바위가 상사바위이다.
또 하나의 설화이 있다.
조선 숙종 때 전라남도 돌산에 살고 있던 젊은 어부가 남해 상주로 이주하여 살았다. 그 총
각이 살고 있는 집에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잃은 젊고 어여쁜 과수댁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총각은 새벽 일찍 바다에 나가고 과수댁은 아침에 들에 나가 농사를 짓다 보니 둘이 마주
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루는 총각이 조금 늦게 바다에 나가게 되어 방을 나서는데 우물가
에 있는 그녀를 보게 되는 순간 한눈에 반해 상사병으로 몸져 눕고 말았다.
과수댁은 며칠째 세들어 사는 총각의 신발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이상해 여겨 총각의 방문
을 두드리고 말았다.
“ 어디가 아프신지요. 왜 요즘은 바다에도 안 나가고 방에 누워 계신지요?”
총각은 부끄러움에 말을 떼지도 못하다가 결국 사실을 말하게 되었다.
“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만 부끄러워 말도 못
하고 그만 상사병에 걸려 이렇게 앓고 있다오.”
과수댁은 총각의 아픔을 알았지만 절조를 지켜야 하는 아낙네로써 선뜻 총각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음식과 약을 들여 보냈지만 상사병은 나을 줄 몰랐다. 총각이 죽음을 앞둔 지경에
이르자 과수댁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을 받아 주려고 했지만 이미 마음
의 병은 몸까지 중독시키고 말았다.
과수댁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상사바위 이야기가 생각났다. 마을 뒤 금산에 있는 상사
바위에서 사랑을 나누면 총각의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몸져 누운 돌산 총각을 데리고
금산 상사바위에 올라 힘겹게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그러자 총각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고,
그 후 둘은 혼인하여 아들딸 낳고 오래오래 살았다는 낭만적인 설화가 깃들어 있는 바위이
다. 상사바위 주변에는 상사를 풀 때 사용하였다는 구정암, 감로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