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내용
이 작품은 현왕을 중심으로 11존의 권속이 원형으로 둘러 서 있으며, 권속들은 좌우대칭 구도를 이룬다. 흰 바탕 위에 담묵으로 산수를 그린 4곡병 앞에 현왕은 의자 등받이에 흰색 천이 덮인 의자를 뒤로 하고, 목리문이 그려진 넓은 탁자 위에 반가좌의 자세로 앉아 있다. 오른손은 오른쪽 무릎 위에 두고 왼손은 가슴위까지 들어 홀을 가볍게 쥐고 있는 모습으로, 일반적으로 탁자가 놓인 의자에 앉아 권속들과 망자를 심판하는 광경을 묘사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현왕의 양 옆에는 관을 쓰고 공복을 입은 인물이 쟁반에 복숭아와 함을 들고 서서 그 옆으로 등을 돌려 선 인물과 서로 이야기 하듯 서 있어 인물들이 서로 유기적 관계로 이어져 있는 듯하며 다시 그 아래에는 산개를 든 2명의 인물이 서 있다.
현왕의 앞에 홀을 들고 등을 살짝 구부려 대륜성왕과 전륜성왕이 서 있고, 그 좌측으로 녹사가 명부를 들고 있거나 혹은 가운데 무릎을 꿇어 망자의 죄상을 고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는데 무릎 꿇은 인물은 관찰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물들을 자세히 보면, 현왕의 피부색은 옅은 갈색으로, 다른 권속의 흰 피부색과 차이를 두고, 찌푸린 미간, 인중이나 턱 등에는 선염하여 음영을 주었다. 눈썹과 수염은 담묵으로 펴 바르고 검은 세선과 흰 세선을 교대로 그어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사선으로 올라간 눈, 이마로부터 뻗은 코, 몰골법으로 그린 작고 붉은 입술은 신중히 판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현왕을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다.
가장자리를 검은색으로 장식한 붉은 색 관복은 바탕보다 짙은 동색의 선을 사용하여 옷주름을 표현하고, 또한 붉은 관복 위에는 황토로 그린 원권문이 장식되었다. 권속의 의복은 주로 붉은색과 녹청색을 번갈아 사용하여 색의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