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내용
암산과 폭포, 하늘과 서운, 노송 등을 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인 산신과 사자를 함께 화면 가득 도설하고 있다. 깊은 산 계곡에 비스듬히 솟은 노송 앞에 다소 둔중해 보일 만큼 큰 체구의 산신이 오른손에 긴 지팡이를 쥐어 땅에 짚고, 왼손엔 불로초를 들고 커다란 호랑이에 몸을 기대어 우측 전방을 주시하며 앉아 있다.
복장은 흰색의 내의를 입고 그 위에 가장자리를 초문을 넣은 흰 반원문으로 장식한 단령포를 입었으며, 가슴과 배에 의대로 묶어 내려 다소 번잡스러운 느낌을 준다. 머리카락은 빗어 올려 정수리에서 상투를 틀어 치포관을 쓰고 그 위에 작은 원문이 장식된 투명한 망건을 썼다.
얼굴은 갈색을 펴 바르고, 이마의 굵은 주름, 턱, 인중, 안와선 등은선염으로 음영을 주었다. 머리카락과 수염은 담묵으로 칠하고 흰색과 검은색의 세선으로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산신이 기대고 있는 호랑이는 산신만큼 크게 그렸으며, 방울 같은 큰 눈의 눈동자는 검은색으로 그 외곽은 갈색과 녹색을 번갈아 칠하고, 가장 외곽은 선홍색을 칠해 호랑이다운 눈을 강조하였다.
붉은색으로 칠하고 먹선으로 윤곽을 잡은 코, 입 밖으로 나온 이빨과 혀는 해학적인 분위기를 준다. 한편, 눈두덩이 위에 눈처럼 보송보송한 하얀 털이나 몸에 표현된 털은 터럭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묘사하여, 호랑이와 산신의 일체된 분위기를 연출함에 손색이 없다. 굵고 튼튼한 두 앞발을 적당하게 벌려서 힘차게 버텨 서서 가슴을 내밀고 얼굴로 산신을 감싸 보호하는 듯하며, 쭉 뻗은 허리를 따라 S자로 뻗힌 꼬리도 역동적인 힘이 넘쳐 보인다.
표범의 등 뒤엔 산신의 시자인 천재동자가 푸른 천의를 어깨 위로 나부끼며 양손으로 흰 대반에 공양물을 받쳐 들고 있다. 먼 풍경에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와 청명한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 마치 노송임을 나타내듯 갈색 위에 그려진 다양한 크기의 태점과 부채꼴 모양의 솔잎 등 산수와 함께 산신과 호랑이의 능력이 표현되기에 충분하다.